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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공유지대 설립 취지문
e-Commons
지식공유지대는 지식과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로 더욱 풍요로운 가치를 추구합니다.
자본주의의 기초가 되는 사적 소유는 소유자 개인에 의한 소유 대상의 배타적 전유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인간 세상의 만사만물을 조각조각 쪼개어 모두 소유자를 정해놓고 가격표를 붙인 뒤, 그 액수만큼의 화폐를 주고받는 가운데에 생산과 분배와 소비가 조직되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원리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는 산업혁명을 낳아 인류 역사상 미증유의 생산력 증대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으며, 20세기 중반 절정에 달했던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의 원리는 산업 사회를 조직할 수 있는 최상의 아니 유일한 절대적 원리로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오늘을 휩쓸고 있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그러한 사적 소유의 너머에 혹은 아래에 공유지 commons 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사적 소유도 또 그 위에 세워진 자본주의 경제도 이 공유지가 없이는 존속할 수도 작동할 수도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을 초연결성 hyperconnectivity 이라는 단어로 집약하여 이야기합니다. 인간과 물질과 사회와 자연이 연속적으로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가운데에서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혁신을 계속 창출해내는 것을 새로운 기술-사회 패러다임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그래서 울타리를 치고 자물쇠를 달아 ‘누구의 것’이라고 명토박을 수 있는 것만으로 이러한 유기적이고 전면적인 연결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과 사물과 사회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함께 만들어내는 유형 무형의 세계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적 소유도 또 온갖 영리 활동도 모두 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바탕으로 하여 비로소 존재하고 번성할 수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부르는 이름이 바로 공유지입니다. 누구도 독점할 수 없고 독점해서도 안 되는 것들. 함께 공유할수록 더 많이 나눌수록 더욱 커지고 더욱 풍성해지는 것들. 그리고 이러한 세계에 오롯이 속하는 전형적인 물건이 바로 지식입니다. 현대 사회와 경제에 있어서 지식과 정보가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만, 그러한 의미와 중요성에 걸맞는 지식과 정보의 새로운 존재 양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혁신의 시도는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답이 바로 공유지에 있다고 믿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더 많은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조차 가치를 가질 수 없습니다. 시의 운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사회에서 김소월이나 엠시투팍이 다시 나온들 무슨 소용일까요? 드론과 3D 프린터를 쓸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세상에서 기술 벤처 산업이 얼마나 번성할 수 있을까요? 현행 헌법의 구조와 문제점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사회에서 누군가 혁신적인 개헌안을 마련한다 한들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은 인류 문명사에서 이러한 지식의 공유를 촉발시켰던 거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지식과 정보는 전파 수단이 필사와 목판 인쇄에 국한되어 있었기에 운 좋게 그 원본 혹은 복제본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통되었고, 그 결과 폐쇄적인 소집단 속에 갇혀 신비화되었으며 검증이 불가능하여 진보가 정체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량으로 제작된 책들을 독서 대중들 reading public 이 저렴하게 구해볼 수 있게 되면서, 유럽 전체의 지식인들은 하나의 지식 공유지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서적의 대량 유통을 기초로 한 지식 공유지의 형성이야말로 르네상스 이후 과학 혁명과 계몽주의로 이어지는 서양 문명사의 가장 중요한 추동력의 하나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 대량 인쇄술은 지식과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새로운 형태와 장르들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이미 17세기에 마드리드의 시민들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읽으며 걸어다녔고, 18세기의 영국인들은 다니엘 디포우라는 걸출한 저널리스트를 알게 되었으며, 몇 십년 후 미국인들의 머릿 속에서는 토머스 페인이 쓴 팜플렛들이 폭탄처럼 작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혁명과 클라우드의 출현으로 15세기의 구텐베르크로 시작된 지식 공유의 혁신이 새로운 기술적 단계로 들어섰다고 믿습니다.
매체의 생산은 그야말로 한계 비용 제로의 단계로 들어섰고, 유통의 공간적 장벽들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월드와이드웹이라는 결코 마르지 않을 거대한 지식 생산의 원천까지 나타났습니다. 이에 전통적인 종이 매체의 틀에 의존하던 미디어 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거대한 혁명적 파괴와 창조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배타적인 사적 소유와 유료화에 기반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하는 미디어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지식과 정보라는 것이 아무 장벽없이 더 많은 이들이 더 많이 나눌수록 더 풍요해지고 가치가 높아지는, ‘공유지’에 속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러한 공유지의 확장과 혁신이 도서 출판 분야에서 일어나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종이책의 독자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며, 종이책이 소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저작물’이 오롯이 종이책이라는 물리적 형태에 담겨 그 생산 비용을 지불한 개인에게 1대1로 전달이 되어 그 개인의 책장에 배타적으로 소유되는 이 15세기에 발명된 유통의 형태로는, 21세기의 산업 사회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종류의 지식을 모두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기왕에 나와있는 저작물들을 공유지로 옮겨올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지식 공유의 정신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책들을 만들어 낼 것이며, 완전히 자유롭게 모두와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식의 공유는 우리 모두를 함께 깨어나게 합니다.
몇 천년간 사람들의 이성과 영혼을 미혹하고 억누르던 주술과 몽매가 불과 몇 백년 아니 몇 십년 만에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무수히 보았습니다. 21세기의 산업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들은 서적과 자료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와 그렇지 않은 ‘일반인’의 구별을 넘어서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모두가 함께 깨닫고 모두가 함께 움직일 때에만 극복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e-commerce를 넘어서 e-commons 로 지식의 공유지를 마련하고자 하는 저희들의 노력에 힘을 합쳐 주십시오.